지난 2022년 6월 2일 막을 올린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여러모로 뜻깊은 대회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1년이 연기되었던 덕분에 임윤찬이 18세의 나이로 참여해 우승했습니다. 원래대로 2021년에 열렸다면 나이 제한으로 참여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저도 대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튜브로 임윤찬 님이 연주하는 주옥같은 곡들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결승전에서 연주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자주 들었지만 요즘은 예선에서 연주한 피아노 곡을 번갈아 듣고 있습니다. 기분이 울적할 때 임윤찬 님이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서 마음의 휴식을 얻고 있습니다. 연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준 반 클라이번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예선전에서 연주한 곡을 다시 들으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차르트가 연주하기 쉬운 음악이냐 아니냐에 대한 댓글러들의 논쟁입니다.
임윤찬 님 연주를 따로 편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도 함께 나오는 영상입니다. 예선전(Preliminary Round) 실황중계 녹화를 보면 오른쪽 옆에 댓글창이 나옵니다. 한국의 스포츠 실황중계처럼 이 댓글창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지금도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해당 영상 주소입니다.
임윤찬 님은 예선전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연주해야 하는 후프 팡파르 토카타(HOUGH Fanfare Toccata), 쿠프랭(COUPERIN La Couperin), 모차르트 소나타(MOZART Sonata No.9 in D Major, K. 311), 쇼팽 변주곡(CHOPIN Variations on L ci darem la mano, op. 2)을 연주했습니다. 임윤찬 님은 1:53:45부터 등장합니다.
전문가가 말하는 "모차르트 연주가 어려운 이유"
임윤찬 님이 등장하기 전 라이브를 중계하는 버디 브레이(Buddy Bray)가 공동 호스트인 안젤라 쳉(Angela Cheng)과 임윤찬 님의 레퍼토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모차르트와 쇼팽을 연주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말하며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둘은 모차르트를 좋아하지만 실제로 연주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그것은 아마도 모차르트 연주가 어렵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합니다. 진행자 버디 브레이가 왜 모차르트 연주가 어렵냐고 질문하자 안젤라는 "모차르트 음악은 음표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아주 명료하다(Transparent). 정확한 음을 정확한 타이밍에 음색을 살려 연주해야 한다. 정확하게 연주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난다. 어렵다"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백스테이지에 등장한 임윤찬 님의 모습이 보이고 연주가 시작됩니다.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연주한 쿠프랭이 끝나고 모차르트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브 댓글창에 어김없이 "어그로(Troll)"가 등장합니다. 모차르트 연주는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학생들이 연주하는 너무 쉬운 곡이라는 댓글입니다. 여기에 대해 음악을 오래 공부한 사람인 듯한 사람이 반박을 합니다. 음표가 많은 것이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어그로꾼은 자신만의 논리로 모차르트는 반 클라이번 같은 콩쿠르에서 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계속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그로임을 눈치채고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그로꾼은 어그로꾼답게 모차르트는 간단해서 연주하기 쉽다는 주장을 반복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어그로꾼에 선동되어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리고 임윤찬 님을 안타까워하는 댓글이 등장합니다. 임윤찬이 너무 쉬운 레퍼토리를 선택해서 입상이 어려울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댓글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사람이 "lol, easy MOZART?"라는 댓글을 달지만 모차르트 연주가 왜 어려운지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임윤찬 님의 예선 마지막곡 쇼팽 연주가 끝나자 라이브 중계 화면은 진행자 버디 브레이와 안젤라 쳉을 비춥니다. 그들은 임윤찬 님이 참여했던 쿠퍼 국제 콩쿠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안젤라는 쿠퍼 국제 콩쿠르 관계자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그녀는 "당시 14세였던 윤찬은 놀라운 연주를 선보였다. 4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정말 놀랍다. 훌륭한 연주였다"라고 칭찬합니다. 진행자 버디가 (어려운) 모차르트와 쇼팽을 선택한 것이 용기 있는 것이었는지 묻자 안젤라는 "항상!, 모차르트와 쇼팽은 연결되어 있다. 이 두곡을 선택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차르트는 쇼팽, 슈베르트와 더불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음악으로 꼽힌다"이라고 말합니다.
댓글창에서 어그로꾼은 조용해졌습니다. 한 사람이 "Mozart argument answered"라고 선언했습니다.
선동꾼이 사는 법
댓글창을 보면서 많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 클라이번 예선을 라이브로 보는 사람이라면 클래식 음악에 많은 관심이 있고 상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도 쉽게 어그로꾼에 선동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임윤찬 님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진행자는 이미 모차르트와 쇼팽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문에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곡을 선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대중들은 진실을 여러차례 이야기할 때 귀 기울여 듣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주에 나타난 어그로꾼의 거짓말에 쉽게 선동당합니다. 반복적인 선동과 그럴듯한 괘변은 대중을 쉽게 속입니다. 선동당한 대중들은 거짓을 진실로 믿고 다른 사람을 선동하거나 진실이 아닌 내용 때문에 화를 내거나 걱정합니다. 현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말 재미있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양한 시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고기 식용 장점 많아 미래 식량자원 가능성 높다 (0) | 2024.03.16 |
---|---|
뇌를 바꾸는 감사 일기, 회복탄력성 높인다 (0) | 2023.11.26 |
아이폰15 출시일 및 사양에 대한 정보들 (0) | 2023.05.17 |
빅토리녹스 과도 사용해보니 "역시" (0) | 2023.05.12 |
브라더 프린터 사용 후기, 배보다 큰 배꼽 (0) | 2023.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