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용 식물

자귀나무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이유는?

peaceful_mind 2021. 11. 13. 15:27

자귀나무(학명: Albizia julibrissin)는 콩과에 속하는 활엽수입니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마을 인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임에도 꽃과 잎이 이국적이라서 수입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귀나무는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 폭넓은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도 동의보감에 '합환 피'가 소개되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자생해왔습니다.

 

자귀나무 분포지역

합환피(合歡皮)는 자귀나무 껍질을 말린 약재를 말합니다. 자귀나무는 합환목(合歡木)이나 합환수(合歡樹)라고 불렀습니다. 합환이란 남녀가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양 옆으로 난 자귀나무 잎 두 개가 밤이 되면 서로 포개져 하나처럼 붙는 현상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해가 떠 있는 낮 동안 잎을 활짝 펴서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두 개의 잎을 포개 대기에 노출되는 표면적을 최소화해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자귀나무 특유의 생존 방식으로 보입니다. 자귀나무는 중동지역을 포함한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데 이러한 특성이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래 사진은 잎을 활짝 핀 자귀나무와 잎을 포개고 있는 자귀나무입니다. 신기하게도 자귀나무 잎은 양쪽으로 짝을 맞춰 자랍니다.

 

자귀나무 잎
포개진 자귀나무 잎

이런 특성 때문에 자귀나무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고 "가슴 두근거림, 환희"라는 꽃말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귀나무 잎은 위 사진에서 보듯 같은 콩과에 속하는 나무인 아카시아 잎과 비슷한데 더 좁고 하나의 대에 붙어있는 잎 수가 더 많습니다. 자귀나무 꽃은 암수 한 몸으로 봄에 피는 꽃들이 지고 난 6~8월에 개화합니다. 꽃 색깔은 연붉은 자주색인데 마치 비단실 가닥들이 공작 꼬리처럼 피어오른 모양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뽑냅니다. 자귀나무를 영어로 Silk tree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꽃 모양을 보고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마치 콩깍지와 같은 열매가 달리는데 이것은 같은 콩과 식물인 아카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귀나무 열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자귀나무 껍질인 합환피는 맛이 달고 독이 없습니다. 인체 오장을 평안하게 만들고 근심 걱정을 없애고 마음을 평안하고 즐겁게 하며 골절에도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자귀나무 번식

자귀나무는 가을에 씨를 받아 심어서 번식합니다. 너무 늦지 않은 10월 경 씨를 채취한 후 노천 매장했다 봄에 심습니다. 종자를 너무 늦게 채취하면 발아가 잘 되지 않으니 깍지가 담갈색으로 변했을 때 채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봄에 씨를 심기 전 15~30일 정도 습층 처리하면 발아율이 높아집니다.

 

 

자귀나무 심고 가꾸기

자귀나무는 날이 더운 곳에서 아주 잘 자라는 나무입니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자귀나무는 3~5미터 정도로 자라지만 해외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서는 10미터 이상 자랍니다. 또 성장 속도도 빠르고 주변으로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일부 나라에서는 자귀나무를 침습적 나무(invasive tree) 규정하여 마음대로 심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지가 약하여 강풍에 부러지기 쉬워 도로변에 심는 것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자귀나무는 어떤 종류의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콩과 식물 특유의 질소 고정 능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 땅에서도 성장합니다. 또 알칼리나 산성 성분의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토양 문제로 적절한 나무를 찾지 못할 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귀나무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고 나뭇잎과 꽃을 왕성하게 피웁니다. 반그늘에서도 문제없이 자라지만 음지에서는 성장하기 힘들어합니다. 자귀나무는 추위에도 약한 편입니다. 성장한 나무는 상관이 없으나 어린나무의 경우 아주 추운 환경에서는 자라지 못합니다. 

 

자귀나무는 습기가 있고 부식질이 함유된 땅에서 잘 자라지만 건조한 곳에서도 문제없이 성장합니다. 자귀나무 묘목을 심은 후 정기적으로 충분히 물을 주어 뿌리가 잘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심은 지 한 해가 지나면 더 이상 물을 주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자귀나무에는 특별히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요약

자귀나무는 전 세계 더운 지방에서 자생하고 있는 콩과 활엽 낙엽수로 꽃이 비단 털실을 모은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예로부터 자생하고 있는데 밤에 양쪽으로 난 잎을 포개는 성질 때문에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졌습니다. 이 나무의 껍질은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골절에도 좋아 한약재로 사용합니다. 콩과 식물로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어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편입니다.